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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선언문

성년후견학회 창립 취지문

지난 2011년 3월 27일 공포된 개정민법에 의하여 행위무능력자제도(금치산자·한정치산자 제도)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성년후견제도가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돌이켜 보건대, 행위무능력자제도는 본인 보호의 미명하에 본인의 행위능력을 획일적으로 배제함으로써 피후견인이 스스로 자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부인하는 한편, 후견인에게 포괄적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피후견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후견인의 전횡이 가능하였고, 이로 인해 피후견인의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많았습니다. 뿐만 본인과 그 가족들에게 무능력자라는 사회적 낙인(Stigma) 효과를 발생시키는 한편, 각종 법령에서는 피후견 사실을 사회적 활동에 필요한 자격 또는 권한의 부여, 각종 사업의 면허・허가・인가 또는 기관・법인・단체의 임직원으로서의 자격을 제한하는 근거로 삼음으로써 피후견인이 됨과 동시에 거의 모든 사회활동으로부터 배제되는 결과가 초래되었습니다. 행위무능력자제도는 제도는 있으되 좀처럼 이용되지는 않는, 일종의 제도의 기능부전에 빠져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일찍이 여러 전문가, 장애인 단체 및 치매 관련 단체의 뜻 있는 인사들이 행위무능력자제도를 폐지하고, 선진각국의 앞선 성년후견제도를 참고하고, 근래 우리나라가 가입 비준한 유엔장애인인권협약 등 국제적인 장애인 인권보호규범에 상응한 새로운 성년후견제도의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하였습니다. 새로운 제도는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성인(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및 뇌사고 환자 등)의 잔존능력의 활용, 자기결정의 존중, 정상화(normalization)에 기초한 사회통합의 이념에 기초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후견인의 선임과 후견인의 권한은 필요한 한도에서 최소한으로 하고, 후견인에 의한 의사결정은 피후견인 스스로의 결정이 가능하지 않는 시점에 보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1. 3. 27.의 민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새로운 성년후견제도 역시 이런 방향성에 맞추어서 운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개정민법상 새로운 성년후견제도는 종래 제도와 연속성을 의식하여 유형적 보호주의를 취하면서도 각 보호유형의 보호조치를 탄력적으로 구성하여 종래 유형적 보호에 따른 보호조치의 획일성을 배제하고, 새로이 특정후견을 신설하여 본인의 행위능력과 관계없이 일시적 일회적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요보호인의 수요에 맞게 후견제도의 탄력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한편, 한정후견에 있어서는 피후견인의 법률행위에 대하여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동의유보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종래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던 행위무능력과 후견적 보호도 분리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본인 의사 존중의 이념에 기초하여 법정후견 이외에도 본인이 스스로 적합한 사람을 선정하여 후견계약을 체결하여 둠으로써 장래 자신의 후견수요에 스스로 대비할 수 있는 후견계약을 신설하였습니다. 나아가 재산관리와 그에 수반된 법률행위의 대리를 중심으로 하는 성년후견제도에서 새로운 사회변화에 좇은 수요에 대응하여 성년후견의 직무영역을 신상보호의 영역으로 확대하였습니다. 의료행위의 동의, 각종 요양시설의 입원 입소를 둘러싼 거소의 결정 등에 관하여 종래 입법적 흠결 내지 제도적 불비의 법상태가 계속되었는데, 신상보호와 그에 따른 신상결정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후견사무의 영역으로 받아들인 것은 성년후견제도가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인권옹호제도로 자리매김될 중요한 입법적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년후견제도 도입을 통한 진전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새 제도 시행에 앞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의문과 우려가 제기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첫째, 새로운 성년후견제도가 행위무능력자제도와는 그 이념과 원리적 기초를 달리함에도 유형적 보호의 틀을 유지하고 있음을 빌미로 종래와 마찬가지로 피후견인(또는 사건 본인)의 의사결정능력 쇠퇴 정도에 따라 획일적 보호조치를 부여한다면, 자기결정권의 존중을 중시하는 새로운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둘째, 피후견인임을 이유로 사회적 차별을 초래하는 수많은 조항(이른바 결격조항)들의 폐지 또는 개선 없이 새 제도의 입법목적 실현은 불가능한 만큼, 이들 결격조항의 폐지 내지 정비의 문제는 새 제도 시행에 있어서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셋째, 개정 민법 제947조의2를 통해 신상보호 영역에서 획기적인 관점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행위, 요양시설에의 입소, 정신병원 입원이나 치료 등에 적용되는 관계 법령이나 현실의 관행은 아직 개선될 기미가 엿보이지 않습니다. 넷째, 개정 가사소송법, 가사소송규칙 개정안에서 과연 사건 본인 및 피후견인의 절차참여권이 충실히 보장되는지에 관하여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다섯째, 후견비용을 자신의 재산에 지출해야 하는 만큼 그 비용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재산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에게는 성년후견제도가 이용불가능한 제도로 되고, 소수의 재산가들만의 제도에 머물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와 지원에 의한 공공후견인제도의 도입도 새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하여 불가결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새 제도 도입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본래의 취지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입법적 과제와 제도 운용상의 문제, 관련 의료계, 사회복지 현장의 제도와 관행, 성년후견제도에 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산적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직면하여 그동안 성년후견제도를 연구하고 또 관련 분야에서 새 제도 도입을 기다려 온 여러 뜻 있는 인사들이 모여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성년후견제도가 원만히 시행 정착되어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성인(치매환자,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뇌사고환자 등)의 인권과 권익을 옹호함으로써 이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성년후견학회를 창립하고자 합니다. 성년후견학회는 성년후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연구하고 또 실무상의 경험을 공유하며 거기서 제기되는 문제들의 해결방안을 공동 모색하는 의견교환의 장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성년후견제도가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성인의 권리 옹호제도로서 자리 잡음으로써, 우리 사회가 차별 없고 인권이 존중되는 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에 성년후견학회가 밑거름이 되고자 합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뜻 있는 여러 전문가와 실무가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손잡고 나아 가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성년후견학회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뜻 있는 여러 선생님들이 관심을 기울여 주시고 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3. 4. 19.

한국성년후견학회 창립 준비위원회